Jumat, 31 Mei 2019

첩보영화 같았던 현대중공업 임시주총 - 한국경제

노조 주총장 기습 점거에
회사는 주총장 변경으로 대응
일부 조합원 변경된 주총장 난입
소화기 발사로 난장판
현대중공업 주주총회가 열린 울산대 체육관 단상 옆 나무벽에 노조원들이 난입하면서 뚫은 구멍들

현대중공업 주주총회가 열린 울산대 체육관 단상 옆 나무벽에 노조원들이 난입하면서 뚫은 구멍들

현대중공업 회사 분할(물적 분할)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31일 울산 남구 울산대 체육관. 주총 의장을 맡은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가 단상에서 의안 가결을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는 순간,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단상 옆 나무 벽을 소화기로 구멍을 뚫고 난입했다.

10여명의 노조원들은 단상에 소화 분말을 뿌리고 책상과 의자를 뒤엎으며 난동을 부렸다. 체육관은 순식간에 뿌연 분말로 가득찼다. 의사 진행이 조금만 늦었거나, 현대중공업 임직원과 주주들이 황급히 주총장 밖으로 피신하지 않았더라면 심각한 인명 사고까지 발생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번 주총을 둘러싸고 현대중공업 노사 양 측은 한 편의 첩보영화처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선제 공격은 노조에서 시작했다. 법원이 주총 방해 가처분 결정을 내린 지난 27일, 노조는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에 진입하는 척 하다가 주총장인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령했다. 성동격서(聲東擊西) 작전이었다.

한마음회관이 일반인이 이용하는 회사 밖 시설이라 방심했던 탓인지 회사는 속수무책으로 주총장을 내줬다. 한마음회관과 현대중공업 본사는 걸어서 7~8분 거리다.

현대중공업 주주총회가 열린 울산대 체육관 단상에 조합원들이 난입해 뿌린 소화 분말

현대중공업 주주총회가 열린 울산대 체육관 단상에 조합원들이 난입해 뿌린 소화 분말

회사는 주총장 변경 전략으로 대응했지만, 마지막까지 속내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고 ‘연막 작전’을 폈다. 이날은 오전 7시30분부터 한마음회관 앞에 수백명의 질서유지요원을 배치해 긴장 국면을 연출했다.

법원에서 파견한 주총 검사인도 8시30분과 9시에 주총장 입구에서 노조 측에 시설을 개방하라고 요청했다. 이와 비슷한 시각 회사는 본사 정문을 버스 10여대를 동원해 틀어막고 다른 입구도 차단했다. “회사가 본사 체육관에서 주총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노조 안팎에 퍼졌다.
당초 예정된 주총 시작 시간인 10시가 되자 사측 임직원과 주주 등 100여명이 한마음회관 앞에 모여 노조와 대치했다. 질서유지요원들도 안전모를 고쳐쓰기 시작했다. 20여분간 맞서던 중 갑자기 “주총 장소를 울산대 체육관으로 변경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질서유지요원들은 주머니 속에 숨겨뒀던 변경 안내문을 꺼내 배포했다.

주총장에서 노조와 맞서고 있던 임직원들은 주주 이동을 위해 준비된 버스가 있는 현대호텔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노조원 일부는 한마음회관과 현대중공업 본사 사이에 있는 현대호텔 주차장 출입구를 틀어막고, 대다수는 오토바이를 타고 울산대로 이동했다.

현대중공업 조합원 난입으로 박살난 울산대 체육관 후문 유리창

현대중공업 조합원 난입으로 박살난 울산대 체육관 후문 유리창

울산대 체육관 출입문은 현대중공업 질서유지요원들이 이미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노조가 전날 주총 대체 후보지인 울산대와 울산과학대 등에 집회 신고를 해놓은 터라 경찰력도 배치돼 있었다. 대다수가 체육관 정문에서 대치하던 사이 일부 노조원이 후문 유리문을 깨고 단상까지 침입했으나 주총은 이미 끝난 뒤였다.

주총 직후 노조는 ‘주총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무효 소송 제기 방침을 내놨다. “주주들이 이동해 참석할 수 없는 거리에다 새 주총장을 마련한데다 주주인 조합원들이 주총 참가 통지서와 위임장을 갖고 이동했으나 이미 주총이 끝난 뒤였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법원 검사인이 기존 주총장에서 주총 개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고 변경 후 주총도 참관했다는 점 등에서 하자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총 검사인이 주총의 법적 유·무효 판단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며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이뤄진다. 다만 검사인의 기록과 증언이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작용하게 된다.

울산=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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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31 06:33:38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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