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mat, 31 Mei 2019

[사설] 이제 겨우 첫발 뗀 조선 구조조정 더 속도 내라 - 매일경제

현대중공업이 노조의 반발을 뚫고 31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법인분할안(물적분할)을 통과시켰다. 당초 주총이 열릴 예정이었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노조가 닷새째 점거농성을 벌이자 장소를 울산대로 긴급 변경한 끝에 겨우 주총을 개최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중간지주회사)과 신설 현대중공업(사업회사)으로 나눠지게 된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4개 자회사를 두게 된다. 이제 겨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첫발을 뗀 셈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총 원천무효 소송에 돌입하겠다"며 반발하고 있고 민노총은 총파업으로 공세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물적분할은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지분을 팔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조선해양에 출자하는 형태여서 인수자인 현대중공업에는 인수금액을 낮출 수 있는 유리한 방식이다. 그런데도 노조는 기득권 지키기에만 골몰해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법인 분할안이 통과돼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 짓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EU 등 10여 개국 공정거래당국의 기업 결합심사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는데 녹록지 않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시 세계 선박 시장 점유율 21%를 넘는 초대형 조선사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과 LNG운반선의 경우 점유율을 합치면 세계 시장의 72.5%, 60.6%를 차지해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벌써 EU 당국에서는 "빅딜 이후 시장 과점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독과점 논란이 커질 경우 한국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마지막 기회는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미국 반도체 설계기업 퀄컴이 지난해 8월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네덜란드 NXP반도체를 인수하려던 계획을 포기한 것을 감안하면 괜한 우려가 아니다.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으로 추락한 조선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빅2 체제로 재편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저가수주 경쟁이 사라지고 통합 시너지가 생기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후 불거질 독과점 논란을 돌파할 전략을 치밀하게 세우면서 구조조정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노조도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파업과 농성 등 뒷다리 잡기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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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31 15:03:02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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