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mat, 29 November 2019

한은, 정부 눈치보나…"2% 성장 어렵다" 이주열 총재 발언도 뒤집어 - 조선비즈

입력 2019.11.29 15:44

10월 생산·투자·소비지표 부진해 정부 재정효과 의문 제기
한은 ‘올해 2% 성장 전망’ 두고선 "정부 손 들어줬다" 비판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0%, 내년 성장률을 2.3%로 전망하면서 정부에 이어 중앙은행도 경기낙관론에 취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3분기 GDP 성장률이 0.4%(전기비)로 추락해 시장에서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한은의 판단은 달랐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2.0% 사수’를 외치고 있는 정부 측의 손을 들어주는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은이 경제정책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이날 발표한 한은의 전망은 3분기 GDP 성장률이 발표됐을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2% 성장이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고 밝힌 이주열 총재 발언과도 배치되는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제전망이 중앙은행의 신뢰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올해 2% 성장이 현재로서는 쉽지 않겠지만, 4분기에는 정부의 재정 노력 등 여러 변수가 있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선DB.
◇한은, 물 건너간 2.0% 성장률 목표에 집착

한국은행은 29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GDP성장률을 2.0%와 2.3%로 제시했다. 지난 7월 경제전망에서 발표한 올해 2.2%, 내년 2.5%의 전망치에서 0.2%P(포인트)씩 하향 조정한 수치다. 표면적으로는 국내외 경제 환경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는 시장과 경제계 전반의 정서에 동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에 수정된 전망치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한은의 전망대로 올해 2.0% 성장률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4분기 성장률이 1.0%(전기비)에 근접하는 빠른 경기 반등이 일어나야 하는데, 현재까지 발표된 각종 경기지표들만 놓고 보면 회복 전망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생산, 투자, 소비 관련 지표들은 모두 마이너스(-)로 뚝 떨어졌다.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 -1.7%를 기록했고,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3.2%로 전월 대비 2.3%P 하락했다. 설비투자도 기계류 투자 부진으로 0.8% 줄었다.

특히 소비 경기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큰 폭으로 감소한 9월(-2.3%)에 이어 지난달에도 0.5% 감소해 내수 불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활력을 보완하겠다고 강조하지만, 소비 부진 등을 보면 기대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성장률을 2.0%로 전망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4분기 1%에 근접한 경기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GDP 성장률에 직결되는 1~10월 전(全)산업생산 증가율은 0.0%, 설비투자와 건설기성 증가율은 각각 -10.5%, -7.5%로 집계됐다. 소매판매는 2.0% 증가에 그치고 있다.

김현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상태이기 때문에 생산과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는 수요측면의 경기활력이 상당히 떨어져있는 상태"라면서 "4분기 1%에 가까운 경기반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 전망’ 기자설명회'에서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 달 전 "2%성장 어렵다"…재정효과 미약하면 1%대 성장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한 것을 두고서 당장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하반기 들어 경기전망에 신중을 기울여 왔다. 지난 7월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3%P나 낮추면서 기획재정부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당장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주열 총재는 2% 성장에 대한 비관적 시각을 드러냈다. 10월 통화정책방향 설명회와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연이어 "올해 2% 성장이 쉽지 않다"고 말하면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올해 '2% 성장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천명한 상황에서 한은이 보조를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하루 전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 연례협의단을 만난 자리에서도 "올해 2%대 성장 목표 달성을 위해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독립적 지위를 가진 한은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경제전망을 내는 것은 스스로 신뢰를 깎아먹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대학의 교수는 "정부가 2.0% 성장하면 선방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데 중앙은행인 한은이 부화뇌동하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며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은 그 자체가 정책방향을 보여주는 것인데 정부 방향을 맞추기 위해 이를 간과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은은 이번 성장률 전망치를 추산하면서 남은 4분기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 재정을 97%, 지방정부 재정 90% 이상을 집행하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상당부분 실현될 것으로 가정하고 2.0% 성장 전망을 제시했다는 논리다. 다만 재정집행률이 예상에 못 미칠 경우 올해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은 "정부가 재정집행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올해 전망에도 이를 어느정도 반영했다"면서 "재정집행 실적이 전망에 반영한 정도에 못 미친다면 2%성장에 대한 하방리스크가 커진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민간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성장률 추락에 다급한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제시한 재정집행률 목표치를 중앙은행이 경제 전망 근거로 반영했다는 게 어불성설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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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9 06:44:58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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