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국가 제외 대비한 대책 주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 날인 13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사장단을 긴급 소집해 대책회의를 했다. 5박 6일의 일본 출장 기간에 느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전사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토요일인 13일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과 함께 일본 수출 규제 현안을 논의했다. 전날 오후 8시 50분 비행기로 한국에 도착한 지 24시간도 안 돼 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이날 회의는 4시간 이상 이어지며 ‘비상상황’ ‘비상경영’ 등 위기감을 반영한 논의가 주로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특별히 백색국가 제외 등 일본의 수출 규제 확대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 마련을 주문했다. 반도체는 물론이고 휴대전화, TV 등 삼성전자가 만드는 전 제품에 미칠 파장을 점검하고 철저히 대비할 것을 당부한 것이다. 한국이 일본 정부가 전략물자의 수출 허가를 면해 주는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한국은 전자, 통신, 소재, 로봇, 기계 등 거의 전 산업 영역의 공급망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 이재용 “모든 제품 영향 점검”… 사태 장기화 대비 나서 ▼
이 부회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작된 지 사흘 만인 7일, 편도 티켓으로 급하게 일본으로 향했고, 일정도 유동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가급적 많은 일본 정·재계 고위 인사와 접촉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이 부회장이 출장 기간 동안 미쓰비시UFJ, 미쓰이 스미토모, 미즈호 금융그룹 등 일본 3대 메가뱅크(대형 은행) 간부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은 7월에 투자자 대상 기업 설명회 등 금융계와 기업 간 왕래가 잦다. 이 부회장이 이를 활용해 일본 정·재계에 정통한 금융계 고위 인사를 만나 사태 파악과 대안 모색을 하고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면담 과정에서 일본 수출 규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감지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 DS 사업부가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3대 품목에 대해 일정 물량을 확보했다고 보고했지만 내부적으로는 한 달 정도 재고 분량에서 얼마간 더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삭줍기식 물량 확보로 장기전에 대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http://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190715/96474323/1
2019-07-14 18:00: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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