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u, 24 April 2019

[사설] 비메모리에서도 재현돼야 할 한국 반도체의 기적 - 매일경제

지난해 한국은 1267억달러어치 반도체를 세계 시장에 팔았다. 한국 전체 수출의 22.1%다. 2014년 처음 50%를 넘겼던 메모리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63%까지 올라왔다. 1960년대 외국계 기업 조립생산 공장에서 시작해 1983년 처음 자체 기술 개발을 시작한 한국 반도체가 이렇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했겠나. 한국의 발전이 세계 경제사의 기적이라면 반도체는 그 기적을 선두에서 이끈 기관차였다. 아쉽게도 아직은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에서만 그렇다. 비메모리를 의미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은 4.1%였다. 2017년 기준 시스템반도체 세계 시장 규모는 2297억달러로 메모리 반도체(1319억달러)보다 훨씬 크다. 메모리에서의 압도적 점유율에도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이 미국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다. 시스템반도체 쪽이 워낙 뒤처져 `반도체 강국`보다는 `메모리 강국`이라는 냉소를 듣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24일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에서 이런 상황의 타개를 목표로 내걸었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비메모리 산업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이 비전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메모리에 이어 비메모리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일일 것이다. 야심 찬 목표지만 너무 시동이 늦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 한국 반도체산업은 위기 국면을 지나는 중이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 사이클이 끝나면서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9조원 이상 감소했다. 메모리에 비해 시장 부침이 덜한 비메모리 부문의 약세가 뼈아프게 느껴진다. 또한 메모리 쪽에선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조만간 중국이 낸드플래시 본격 양산에 들어가면 초과 공급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메모리가 정보를 저장하는 용도라면 비메모리는 정보를 처리하는 반도체다.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은 두 반도체 시장 모두에 긍정적이지만 비메모리 시장 전망이 훨씬 더 밝다고 평가된다. 중국은 출발이 늦었지만 세계 50위 설계 전문기업에 9개 기업이 포함될 정도로 비메모리 분야에서 우리를 훌쩍 뛰어넘어 버렸다. 더 격차가 벌어지면 따라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 반도체 기술 개발에 처음 뛰어들었던 1980년대 초심으로 돌아가 한국 반도체 기적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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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4 15:03:01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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