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ggu, 23 Juni 2019

원자력학과 황폐화…자퇴·전과 2배 급증 - 매일경제

◆ 추락하는 원전산업 ① ◆

지난 20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양대 국제관 4층. 원자력공학과 연구실이 늘어서 있다. 1958년 국내에서 처음 개설된 원자력공학과다. 국내 원자력 학계의 본산이지만 요즘은 활기를 잃었다. 불안감에 휩싸인 학생들이 떠날 궁리만 하고 있고 교수들도 그들을 잡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기말고사를 막 끝냈다는 2학년 A씨(22)는 "이제 원자력 전공으로는 미래가 어두운 게 사실이잖아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재학생은 195명, 그중 지난해 입학생은 37명이다. 이들은 요즘 전공인 원자력보다 다른 전공에서 미래를 찾고 있다. A씨는 "탈원전 정책 때문에 많은 학생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며 "성적이 좋은 학생들 대부분이 이중전공이나 복수전공을 선택한다"고 전했다.

2017년 6명에 불과했던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복수전공자는 지난해 44명으로 7배 늘었다. 학부생들 동요가 커지자 최근 학과장이 직접 나서서 학생들과 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김성중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학과장)는 "당장 원전 기업들의 피해가 크다 보니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 동요가 크다"며 "학업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은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선포하며 탈원전 정책을 본격화한 지 2년 만에 국내 원전인력 생태계가 붕괴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원전 기업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원전 지역이 쑥대밭이 된 것은 물론, 원전인력 생태계의 기반인 젊은 원자력 관련 학과 학생들마저 원전업계를 이탈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다가 10년 후엔 우리나라에서 원전산업의 명맥이 완전히 끊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23일 한국원자력학회에 따르면 원자력학과를 보유한 전국 18개 원자력학과 입학생이 급감하고 이중전공, 복수전공, 중도포기자(자퇴) 등이 속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원자력 전공자(학사·석사·박사 과정) 입학생은 813명으로 전년(908명)보다 10.5% 감소했다. 학사 입학생은 586명에서 530명으로, 석사 과정은 219명에서 195명으로, 박사 과정은 103명에서 88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영남대는 아예 정원 40명의 원자력 전공을 폐지하기도 했다.

재학생들 동요는 더욱 크다. 복수전공자는 2015년 11명에서 지난해 58명으로 5배 넘게 급증했고, 중도포기자는 2015년 24명에서 지난해 56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2015년 17명에 불과했던 전과생도 지난해에는 21명으로 증가 추세다.

취업률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취업률은 1년 만에 52.9%에서 34.5%로 뚝 떨어졌다. 서울대는 51.7%에서 32.2%로, 경희대는 42.6%에서 32.0%로 급감했다.

[임성현 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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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3 09:22:04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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