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asa, 25 Juni 2019

동대문 이대로 가다간… 동타트업의 눈물 - 매일경제

◆ 동대문 스타트업의 눈물 ◆
25일 오후 서울 동대문패션시장 인근의 대형 의류 쇼핑몰 `맥스타일` 내부 모습. 폐업이 속출하면서 빈 채로 방치된 점포가 즐비하다. [한주형 기자]
사진설명25일 오후 서울 동대문패션시장 인근의 대형 의류 쇼핑몰 `맥스타일` 내부 모습. 폐업이 속출하면서 빈 채로 방치된 점포가 즐비하다. [한주형 기자]
"동대문을 이대로 두면 한국 의류 시장의 뿌리가 사라질 겁니다."

매일경제신문이 최근 동타트업 대표들을 만난 건 서울 동대문이라는 복합공간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패션 스타트업의 탄생 가능성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4월 24시간 옷 맞춤 제작 서비스인 `위드인24`를 도입하는 등 동대문 패션 시장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입혀 동대문 시장을 살리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동대문을 세계 패션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며 "(ICT를 통하면) 사하라 사막이나 에베레스트에 사는 사람도 동대문의 고객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30대 패션 스타트업 창업자 3명은 "지금의 동대문은 위기"라는 경고를 내놓는다.

이들은 "동대문에서 스타트업을 하겠다는 청년이 있다면 말리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또 한국 의류 시장을 이대로 두면 중국에 먹힐 것이 뻔하다고 했다.

동대문시장을 근간으로 한 스타트업을 이끄는 정연미 패브릭타임 대표, 김동진 이스트엔드 대표, 최윤내 옷딜 대표(왼쪽부터)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동타트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사진설명동대문시장을 근간으로 한 스타트업을 이끄는 정연미 패브릭타임 대표, 김동진 이스트엔드 대표, 최윤내 옷딜 대표(왼쪽부터)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동타트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매일경제는 동대문 패션 시장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3명을 만나 한국 의류 시장의 현실을 들어봤다. 온라인 의류 퍼블리싱 스타트업 `이스트엔드`의 김동진 대표, 온라인 원단 수출 플랫폼을 만든 `패브릭타임`의 정연미 대표, 온라인 의류 큐레이션 서비스 `옷딜`의 최윤내 대표(가나다순)가 그들이다. 이들은 농업이 글로벌 경쟁에 노출되면서 힘들어졌던 것처럼, 지금 한국 의류 시장도 위기와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동대문에서 처음 나온 옷을 중국이 베끼고, 한국 사람들이 중국 광저우에서 이 옷을 사 동대문에서 되파는 일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소비자가 가격만 보고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결국 품질이 나쁜 중국산 제품만 시장에 남게 된 것이 동대문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한국이 아직 경쟁력을 갖고 있는 원단마저도 단가 차이 때문에 광저우 시장에서 한국 원단을 베껴 만든 제품이 동대문에서 팔린다"고 말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동대문 시장은 동아시아 패션 시장의 중심이었다.

김 대표는 "(3년 전)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동대문은 매력적인 시장이었다"며 "책상에 `리얼 이코노미(Real Economy)`라고 써 놓고 매일 새벽에 움직이는 상인들을 보며 `이게 시장이구나`라고 속으로 외쳤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최 대표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낮에 아무리 힘들어도 밤에 동대문 시장에 가면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동대문 시장의 활기는 사라졌다. 제조 기능이 급격히 붕괴됐기 때문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 여파로 중국 상인들은 동대문 대신 광저우 옷 도매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동대문보다 훨씬 싼 제품이 광저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상인들은 더 이상 동대문을 찾지 않는다.

그러던 와중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까지 올랐다. 공임이 오르면서 일부 공장주가 공장 문을 닫았다. 김 대표는 "동대문 상인들은 외형적으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십억 원대 재력가가 많다"며 "이들은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인건비가 상승하면 그냥 가게 문을 닫아버리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광저우 도매 시장 저가 제품의 공습과 국내 인건비 상승, 상인·공장주들의 폐업이 겹치면서 동대문 위상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과거에 아이디어만 들고 오면 원단과 봉제까지 원스톱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던 `올인원 패션 패키지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동대문이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 대표는 "이런 상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통계로는 동대문의 붕괴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동대문은 현금 거래 위주 시장인데, 최근 몇 년 새 현금 거래가 대폭 줄었지만 통계에는 잘 잡히지 않는다"며 "이곳에서는 최근 3년간 시장 규모가 15% 정도 축소됐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섬유산업연합회 발표 지표를 보면 한국 패션 시장 규모는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대표는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한국 의류 시장 규모가 65조원이지만 현금 거래를 포함하면 80조~90조원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전국 사업체 10만5000곳을 일일이 면접해 전수조사한 `도·소매업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류업 사업자는 18만8000곳, 종사자는 40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2016년 올린 매출액은 79조7900억원에 달한다.

정책당국이 동대문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스타트업 CEO들의 시선이다. 김 대표는 "중국은 위챗과 같은 모바일 솔루션으로 모든 거래 정보를 상세히 파악할 수 있다"며 "현황 파악이 가능한 만큼 적절한 대응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실태 파악부터 막힌 상태라는 것.

김 대표는 "우리보다 20년 정도 의류 시장 발달이 빨랐던 일본이 지금 어떻게 됐는지를 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한국 동대문에서 생산된 보세 제품들이 한국 가격의 5~6배까지 비싸게 팔린다. 한국의 동대문과 같은 인프라스트럭처를 잃은 대가로 소비자들이 비싼 옷값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ICT만 엮는다고 모든 것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며 "지금 동대문 패션산업은 근본부터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원단-봉제-디자인-판매까지 이어지는 동대문의 원스톱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동대문 생태계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동대문에서 스타트업을 만들며 정부 지원사업을 여러 개 알아봤지만, 대부분 인건비 지원 정도에 그치는 사업이었다"며 "의류산업을 실제로 살리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패션 시장에 대한 가치를 봐줬으면 한다"며 "겉으로만 보면 잘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구조적 위기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국내 의류제조사들이 시장을 급격히 떠나며 중국산 옷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고, 소비자들은 이런 싼 옷을 산 뒤 후회하는 구조"라며 "원단, 봉제 등 동대문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에 대한 지원을 통해 이들이 중국을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현규 기자 /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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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5 08:55:03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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